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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A를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면 어쩌면 보고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왜 내가 원하는 걸 안 주는 거냐? 작가가 사기꾼 아니냐?" 라고 욕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쓰레기라고도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브릿 말링의 이전 영화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어느 정도 내용 전개를 짐작했을 거예요. 이들은 절대 관객이 원하는 걸 주는 작가들이 아니란 걸요. 전 The OA 다 본 뒤 제작진 프로필 찾아보고 나서야 이 듀엣이 Another earth 제작자란 걸 알고 혼자 웃었답니다. 저도 Another earth 보면서 "와씨... 낚였네" 했었거든요. 생각하고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그래도 저 영화도 나름의 장점과 재미는 있었어요.

이 드라마는 미스테리는 제쳐두고 그냥 생각하는 게 속 편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전문 리뷰어들까지 미스테리 다들 파묻혀 있는 걸 보고 사실 전 놀랐습니다. 이 드라마는 미스테리를 빼고도 얻어 갈 것이 꽤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작자가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라고 했으니 제작자가 제시한 미스테리를 끝까지 풀어 보실 분들은 반복 시청으로 마이크로 분석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되겠지만요.

1. 아름다운 영상.
프래이리이가 카툰을 만나는 장면은 글쎄요... 올해 TV 드라마에서 이보다 더 환상적인 영상을 본 기억이 있는가 싶어요. 이 장면이 전통적인 개념에서 영상미라면 감금된 5명의 사람들이 함께 동작을 펼쳐 보이는 장면은 약간은 진보적인 미학을 추구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동작이라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현대 무용과 연결될 수 있겠죠. 현대인들 대부분의 삶에서 발레, 현대무용 같은 것들은 사치이거나 이미 잊혀진 문화에 속합니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 기억 속에 잊혀졌던 자그만한 문화의 일부를 다시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이 동작을 연습하는 건 일종의 무언의 시위이기도 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 더욱 아름답습니다.

2. 죽음의 두려움도 극복하는 강인한 캐릭터들
감금된 5명의 사람들은 나중에 죽음도 당당히 마주합니다. 죽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당당히 마취를 거부하고 맨정신으로 실험에 임하죠. 이야기가 진실이던 아니던 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용기가 드라마 내에서 의외로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논리적 결론으로 다가옵니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순교자의 그것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순교자 씬에서 시청자는 대부분 감정과잉으로 꽉 차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The OA에서는 캐릭터들 처럼 시청자들도 무덤덤히 받아 들입니다. 이들이 다시 살아날 것을 알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 눈물겨운 노력에 큰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건 우리가 그런 경험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결연한 의지로 맞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이 장면을 봤다면 다른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

3,불안한 영혼들
미래의 불안감으로 가득찬 10대 소년 4명 그리고 쌍둥이 동생을 잃고 방황하는 한 명의 교사. OA 와의 모임을 통해 이들 5명이 서로 교감하게 되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이자 매우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미지의 힘이 작용해 이들을 어려움에서 구출 한다던가 한 순간 새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요. 드라마 결말을 통해 이들 5명의 연대는 어쩌면 가족 간의 연대보다 커져 있을지 모릅니다. 서로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이후 이들이 삶을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은 고립될 때 좌초하기 쉬우니깐요.

4. OA의 가족
굉장히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처럼 보입니다. OA가 얘기한 가족사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면요. 적어도 이 가족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OA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입을 통해 많은 부분이 진실이라고 1시즌에 밝혀졌습니다. OA가 노부부의 입양아고 입양 당시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어머니가 나중에 고백했듯 그 어머니의 입양 동기는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딸의 가출에 대한 진실 조차 남편에게 숨깁니다. 동기야 어떻던 노부부의 사랑을 받던 OA는 자신의 생부를 찾아 가출하고 이것은 OA 부부 사이의 균열을 만듭니다. 이런 묘사 하나 하나는 동 떨어진 조각으로 드라마에서 보여지지만 어느 부분 하나 과장되지 않고 마지막에 자연스러운 퍼즐 조각으로 합쳐집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특수하지만 모든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아름다운 음악들.
극적인 효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 있기에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느낌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기타, 여성음역, 트레스젠더의 가성 같이 음악의 구성 또한 다양합니다.

6. 심지어 엽기적인 관계 또한 아름답다.
햅이 OA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장면들은 이 드라마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엽기적은 상황만 뺀다면 그냥 질투심에 불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햅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OA와 호머의 관계를 갈라 놓기 위해 감금실로 도청 내용을 방송하는 장면이라던지 OA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애걸하는 장면은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말도 안되는 CW 드라마의 삼각, 사각 관계 또는 일반 불륜물 보다 훨씬 덜 엽기적으로 보입니다. 만일 OA가 충격적인 경험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다면 이 스토리들은 아주 성공적입니다. OA의 감금된 경험이 암울하거나 절망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니깐요. 납치 이야기이지만 보는 내내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드라마를 빈지 시청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은 불편하면 눈을 돌리기 마련이니깐요.

아름다운 안무에도 불구하고 그 동작을 하는 목적이 웃긴다던가 마지막 결말에서 느닷없이 5명이 동작을 하기로 결심한다던가 하는 자연스럽지 못한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모든 논리가 질서 정연하게 이어지지도 않고 해명되지 않은 많은 요소가 존재하기도 하고 원래 사람들이 기대했던 내용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은 드라마이긴 하지만 드라마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강렬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으면 뛰어난 품질의 연기와 제작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분명 즐길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일면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딱히 타 드라마에 비해 허무맹랑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OA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논리적이고 우리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면에서 이 드라마의 매력을 느꼈었나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드라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그리워지는 드라마입니다.
Comment '1'
  • ?
    픽. 2016.12.24 12:12
    첫페이지에 오에이 글이 세개나 있어서 이게 대체 뭔가하고 궁금해서 봤네요. 영화든 드라마든 시놉이나 트레일러도 전혀 안보고 보는 걸 좋아해서 전혀 정보없이 장르가 sf라는 것과 몇몇 댓글들(호불호가 심하게 갈릴거같다는)만 보고 봤습니다만 진짜 재밌게 봤네요. 음.. 뭔가 지루하고 밍밍하고 재미없는거 같으면서도 긴장감있고 풍부하고 재미있네요.. 특히 오에이 과거얘기와 오에이 현재 친구들 얘기가 동시에 진행되어서 좋았어요. 균형이 딱 좋았던 거 같습니다. 특히 전 스티브와 비비에이 이야기들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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